개인공간/나의 일상

나는 비로소 혼자이고 싶다.

꽁치야 2021. 4. 25. 23:31

남들이 말하는 뻔한 가정사 혹은 뻔한 사연.

그렇다 나는 사연과 가정사에 타고났다. 가난한 가정, 폭력적인 아버지 등등

어릴 적부터 짊어지고 왔던 이야기들이기에 잘 참고 살아온 나는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화목하지 않았지만 화목한 척해야 했던 가족의 사이에서 나는 분위기 메이커 담당이었다.

좋게 말해 분위기 메이커지 아버지의 기분에 어머니의 기분에 눈치를 봤다.정말 모순적이지만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는 매번 남자는 여자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나에게 주입했다. 자연스레 나는 누나와 여동생이 불안하지 않도록 홀로 웃어야 했으며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살아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일이다.

코가 석자인 '나'라는 한없이 작은 존재가 뭘 짊어지려 한 것인지 아버지는 또 뭘 짊어지게 교육을 시켰던 건지

 

이런 환경으로 자란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그러니까 4년 전 그때부터였다.

처음은 밤낮이 바뀌는 걸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졸리지 않았고 잠이 오질 않았다.

대학을 가지 않고 취업을 했었던 나는 제대 후 마땅한 취업자리도 없어 근 한 달간 올빼미와 같은 패턴으로 생활했었다.

그저 놀다 보면 밤낮 바뀔 수도 있는 거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던 중 두 번째 증상이 나타났다.

밤낮 할 것 없이 잠을 자지 못했으며 24시간 이상을 깨어있다 피곤에 절어 기절하듯 2,3시간을 자는 게 반복되었다.

주변에서는 병원을 가보라 권했지만 역시나 나는 그저 지나가겠지..라는 마음가짐이었다.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나 나는 거의 폐인이 되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내가 알던 정신병은 다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 의사가 말하길 나에게 가장 위협이 되고 내가 나를 죽일 수 있었던 건 바로

'괜찮겠지 참으면 지나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지내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한번쯤은 '혼자' 일것을 그러니까 독립을 적극 추천하셨다.

 

'독립'이라는 단어에 걱정부터 앞섰다.

'이 집안이 나에게 족쇠였을까?'

'그래도 나는 집이 편해.'

'그래도 가족이있어서 다행이야.'

'엄마를 남겨두고 독립이라니..'

'내가 없는 집이 안전할까?'

 

정말 멍청하고 부질없는 걱정이였다.

 

이미 한 풀 꺾인 이빨빠진 아버지는 힘이 없었고. 내동생도 누나도 그리고 엄마도 지금은 생각보다 많이 강해졌다.

이제 나만 나를 위해 강하게 바뀌면 될 것 같다.

 

아무튼 병원을 다녀온 그 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았고 나는 나름 건강해졌으며 오랜 기간 삼 남매가 애써온 결과 집도 나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나에게 언제나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은 애틋한 존재였고 곁을 떠나면 안 된다 생각했지만 여유가 생기고 강해진 모두를 보니 이제는 나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고로 나는 가족에게서 아들로서 동생으로서 오빠로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독립을 해보려 한다.

혼자라는 것을 알고 싶고 개인이라는 것에 맛들려 보고 싶으며 이기적이라는 감정을 내세워 보고 싶다.

 

이제 나는 비로소 혼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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